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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애고 싶은 한 시간이 있었다

문제를 없애려고 개발을 시작했고, 창업하며 넓은 범위를 직접 만들었다. 쌓인 경험을 정리하려고 다시 기록을 시작한다.

회고

없애고 싶은 한 시간이 있었다

2022년에 동네에서 카공스터디를 만들었다. 네 명으로 시작했다.

사람이 늘면서 운영이 일이 됐다. 매일 카톡방에 투표를 올리고, 마감하고, 결과를 발표하고, 직접 나가서 누가 왔는지 셌다. 하루에 한 시간씩 들었다. 매일.

그 한 시간을 없애고 싶어서 개발을 배우기 시작했다.

날짜를 고르는 화면, 장소를 투표하는 화면, 결과를 발표하는 화면, 출석을 체크하는 화면. 필요한 순서대로 만들었다.

만든 기능은 그날 바로 멤버들이 썼다. 나도 같은 스터디에 나갔으니 쓰는 걸 옆에서 봤고, 뭐가 불편한지 그 자리에서 들었다. 만든 사람과 쓰는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나를 프론트엔드 개발자보다 프로덕트 엔지니어로 소개하고 싶다.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고, 쓰는 사람에게 가치가 닿게 하는 일. 내가 개발을 하는 이유가 계속 거기에 있었다.

만들다 보니 그 자체가 좋아졌다

시작은 문제였는데, 하다 보니 만드는 일 자체가 재미있어졌다.

몰랐던 걸 알게 되면 왜 그렇게 동작하는지 파고들었고, 파고든 걸 정리해서 글로 썼다. 정리하면서 이해가 한 겹 더 생기는 감각이 좋았다.

서비스는 계속 커졌다.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뭐가 불편한지 듣고 반영했고, 반영한 게 안 쓰이면 지웠다. 지금까지 지운 기능이 남긴 기능보다 훨씬 많다. 네 명으로 시작한 모임이 지금은 만 명 단위의 커뮤니티가 됐다.

창업하면서 만드는 일에 시간을 다 썼다

그 뒤로 해야 하는 일의 범위가 계속 넓어졌다.

기획을 하고, 화면을 그리고, 프론트엔드를 만들고, 백엔드를 붙이고, 배포 파이프라인을 짜고, 장애가 나면 새벽에 들어가서 고쳤다. 결제와 인증을 붙이고, 앱으로 감싸고, 운영 자동화 도구를 만들었다. 실제 사용자가 매일 쓰는 서비스를 두고 이 범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감당했다.

이 시기에 실무 감각이 확실해졌다. 무엇을 먼저 만들지 고르는 감각, 사용자와의 거리, 만들고 내보내고 고치는 속도. 이런 건 글을 읽어서 얻어지지 않는다.

블로그는 어느 순간 밀려 있었다. 그만 쓰기로 결정한 적은 없다. 바빠지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그때는 그 선택이 맞았다고 생각한다. 그 기간에 만든 것들이 서비스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정리하면서 알았다

최근에 취업을 준비하면서 그동안 해온 것을 정리했다. 뭘 만들었고, 뭘 할 수 있고,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지.

실무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었다. 어떤 문제가 주어져도 만들어낼 수 있고, 어디서 막힐지 짐작이 가고, 우선순위를 어떻게 잡아야 하는지 안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그런데 정리하다 보니 다른 쪽에서 회의감이 들었다. 경험은 많은데 그것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쌓여만 있었다. 왜 그 선택이 맞았는지 설명할 수는 있지만, 언어로 만들어 남겨둔 적은 거의 없었다.

만드는 일이 쉬워진 시대에

그 2년 6개월은 개발이라는 일이 크게 바뀐 시기이기도 했다. 이제 코드를 써본 적 없는 사람도 동작하는 걸 만든다.

값이 떨어진 건 구현 속도다. 판단이 아니다.

AI는 묻는 것에 답한다.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는다. 지금 어떤 문제를 풀어야 하는지, 뭘 먼저 확인해야 하는지, 돌아온 답이 이 맥락에 맞는지. 큰 그림을 그리고 방향을 잡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AI에게 휘둘리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내려면 그 판단이 단단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나는 처음부터 코드가 목적이 아니었다. 없애고 싶은 한 시간이 먼저 있었고, 코드는 수단이었다. 그래서 수단이 쉬워진 건 나에게 위협이 아니다.

그 판단을 만드는 재료는 결국 실무에서 쌓인 경험이다. 나는 그 재료를 이미 가지고 있다. 이제 정리해서 꺼내 쓸 수 있는 형태로 만들 차례다.

그래서 여기에 쓴다

AI를 쓰는 방식. 어디까지 맡기고 어디서 개입하는지, 무엇을 검증하고 무엇을 믿는지. 앞으로 가장 많이 쓸 주제다.

깊게 파는 기록. 그동안 쓰면서도 넘어갔던 것들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정리한다.

만든 것에 대한 기록. 실제 서비스에서 내린 판단과 그 결과. 잘된 것만 쓰지 않는다. 틀린 판단과 아직 못 한 것도 같이 쓴다.

시작은 미뤄둔 것부터다. 한참 뒤처져 있던 Node와 React 버전을 올린 이야기를 다음 글로 쓴다.

정리하는 일이 원래 재미있어서 시작했던 거였다. 다시 그걸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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